한청신문

[미리보기]단순하지만 감동과 재미는 그 이상

다큐멘터리 영화 <하와이 연가>

한청신문 | 기사입력 2024/10/25 [17:31]

[미리보기]단순하지만 감동과 재미는 그 이상

다큐멘터리 영화 <하와이 연가>
한청신문 | 입력 : 2024/10/25 [17:31]


다큐멘터리 영화 <하와이 연가>의 구성은 단순하다. 121년 전 하와이로 이주한 이들의 삶을 조명하고, 연관된 장소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게 다다.

 

러닝타임도 겨우 1시간을 넘겼을 정도로 장편영화치고 짧은 편이다.

 

그렇다고 화려한 그래픽도 없다. 애니메이션이 일부 등장하지만, 그래봤자 <인간극장> 타이틀 수준의 애니메이션이다.

 

배우 예수정이 내레이터로 참여했으나 관객의 눈길을 끌만큼 유명한 연예인이 화면에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참신한 기획력과 심금을 울리는 스토리와 그에 걸맞는 음악이 어우러져 그 어떤 화려한 상업영화보다 더 잘 만들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1902년 12월 22일 인천 제물포항을 떠난 이민자 102명이 22일 후 하와이에 도착했다는 말로 시작해 첫 번째 이야기 ‘그들의 발자취’와 두 번째 이야기 ‘할머니의 놋그릇’, 세 번째 이야기 ‘칼라우파파의 눈물’이 이어진다.

 

첫 번째 이야기에선 지금으로부터 121년 전 부푼 꿈을 안고 하와이에 도착한 우리 조상들이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며 받은 얼마 되지도 않는 급여에서 1달러씩 따로 떼어내 독립자금으로 후원한 사실을 이야기한다.

 

참고로 1903년부터 1945년 해방 때까지 하와이로 이주한 우리 선조는 약 7천 명에 달한다.

 

생각해 보면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삶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주류에 편입할 수나 있었겠는가?

 

하지만 이들은 한국인답게 근면 성실히 일해 그 자녀들을 훌륭히 키웠다. 그래서 플로렌스 안은 1935년 아시아계 최초로 줄리어드 음대에 입학했고, 1983년 문대양은 한국인 최초로 하와이주 대법원장이 되었다.

 

또 2000년 해리 김은 한국인 최초로 시장이 되었고, 2022년 실비아 장 록은 한국인 최초로 부지사가 되었다.

 

첫 번째 이야기 ‘그들의 발자취’에선 이렇게 121년 전 하와이로 이주해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며 독립자금도 모으고, 자녀들을 훌륭히 키워낸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하와이심포니오케스트라의 악장인 이그니스 장이 한인 묘지와 하와이 주청사, 하와이에서 연합해상훈련을 마친 우리 해군 함정 위에서 <희망가>와 <상록수> <봄이 오면>을 연주한다.

 

이 연주는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먼 이국땅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애쓴 우리 선조들에게 바치는 연주다.

 

이어서 두 번째 이야기 ‘할머니의 놋그릇’은 배우 예수정의 내레이션과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일제강점기 일본 놈들에게 부모를 잃은 임옥순이 사진 한 장 보고 결혼을 위해 하와이로 간 사연을 소개한다.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던 우리 선조들은 사람이 없어서 결혼을 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고국에 사진 한 장 보내서, 그 사진만 보고 결혼하러 오는 ‘사진신부’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사진 한 장 보고 남편을 만나러 간 사진신부가 700명에 달한다고.

 

양친을 여의고, 엄마 친구 집에서 지내던 임옥순도 사진 한 장 보고서 엄마 친구가 건넨 엄마의 유품인 놋그릇 하나 들고 하와이로 건너왔다.

 

하와이대학교 영문학교 교수이자 작가인 옥순의 친손자 개리가 할머니의 삶을 궁금해하자, 옥순은 부자나 큰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등에 대해 쓰라며 거절하다가, 꼭 할머니의 이야기를 쓰고 싶으면 손주들과 함께 하며 느낀 기쁨에 대해 써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이야기가 바로 ‘할머니와 놋그릇’ 편이다.

 

1912년 17살의 나이에 사진 한 장 보고 결혼하러 하와이에 와 농부의 아내로 고생하다가 조국이 해방됐음에도 고향이 북한이라 돌아가지 못하고 먼 이국땅에서 생을 마감한 임옥순을 기리기 위해 세계적 바이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그녀의 묘지에서 <오빠생각>과 <어메이징 아리랑>(‘어메이징 그레이스’ 선율에 ‘아리랑’을 재해석한 곡) 그리고 <대니보이>를 연주한다.

 

이 장면에서 그 어린 나이에 아는 이 하나 없는 먼 이국땅에서 고단한 삶을 살다가 생을 마감한 옥순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게 된다.

 

이어서 마지막 ‘칼라우파파의 눈물’에선 1904년 희망을 품고 하와이로 떠난 김준석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희망을 품고 하와이에 왔지만, 한센병에 걸려 ‘하와이의 소록도’인 칼라우파파로 추방돼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참고로 칼라우파파에서 생을 마감한 한국인은 공식기록상으로 57명에 달한다.

 

추방된 이들은 보살펴 주는 이가 없어 서로 보살피기 위해 작은 공동체를 결성했다.

 

그리고 드디어 1930년 이들을 위해 김유택 박사가 자원해 칼라우파파에 상주하며 진료한다.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으로 원망할 법도 하지만, 이들은 매일 밤 “누구든 좋아하고, 누구도 미워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칼리우파파에서 생을 마감한 한센인을 위해 이그니스 장과 세계적인 바이올리스트 김지연 그리고 하와이의 전설적인 슬랙키 기타리스트인 케롤라 비머가 <저 구름 흘러가는 곳>과 <알로하 오에>를 연주한다.

 

처음에 1천만 원으로 1부를 만들면서 이그니스 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좋아 여러 공모전에서 제작비도 지원받고, 차인표와 최태성 강사 등 개인 후원도 받아 총 2억원의 제작비로 만들었다고 한다.

 

서두에 말했듯이 단순해 보이면서도 그 어떤 상업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어서일까? 이 작품을 본 CGV가 배급을 맡기로 했다.

 

또 1부를 만든 후, 이를 용재 오닐에게 DM으로 보내며 도움을 요청했더니 “취지는 좋지만, 시간이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1달 후에 “공연이 하나 취소되어서 4~5일 시간이 된다”고 해 항공료와 숙박료는 지급했지만, 적은 연주료로 섭외했다는 게 이진영 감독이 밝힌 뒷얘기.

 

지난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후원자 겸 감수를 맡은 최태성 역사 강사는 이 영화에 대해 역사를 단순히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만국 공통의 음악을 통해서 역사의 서사를 풀어낸 게 감동이라고 평가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하와이 연가>는 오는 30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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