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청신문

가혹행위 중대장 쓰러진 훈련병에게 "일어나, 너 때문에 애들이 못 가고 있잖아"...이송 중 상황 축소 진술 의혹

이성우 기자 | 기사입력 2024/06/13 [16:07]

가혹행위 중대장 쓰러진 훈련병에게 "일어나, 너 때문에 애들이 못 가고 있잖아"...이송 중 상황 축소 진술 의혹

이성우 기자 | 입력 : 2024/06/13 [16:07]

군인권센터가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혹행위로 인해 사망한 12사단 훈련병의 직접 사인과 사건 전후 정황을 공개하고 관련 의혹들을 제기했다.

 

이날 군인권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순직한 12사단 훈련병의 직접 사인은 패혈성 쇼크에 따른 다발성 장기부전이었으며 원인은 열사병이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사망한 훈련병은 완전군장을 한 채 약 50분 동안 구보와 선착순 달리기, 푸쉬업 등 가혹행위를 받았고 현장에는 중대장과 부중대장, 조교 등 3명이 있었다. 

 

가혹행위를 받던 중 훈련병이 쓰러지자 의무병이 달려와 그의 맥박을 체크했는데, 이때 가해자인 중대장은 “일어나, 너 때문에 애들(함께 가혹행위를 받던 훈련병들)이 못 가고 있잖아”라는 식으로 말했다.

 

이후 쓰러진 훈련병은 의무실로 옮겨졌다고 알려져 있다. 육군 공보과장도 관련 브리핑에서 “군의관이 응급구조사와 수액, 체온 조절을 위한 응급조치를 진행했고 응급의료종합상황센터와 연계해 환자 상태와 이송 수단 등을 고려해 긴급 후송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11일 유가족이 군 병원에 해당 신병교육대 의무실의 의무기록을 요청했으나 군 병원 측은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육군 공보과장의) 브리핑 내용이 사실이라면 전산상 의무기록이 존재해야 한다”면서 “기록이 없다는 건 명백히 관계 법령을 위반한 행위”라며 “수사를 통해 사건 초기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군인권센터는 훈련병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중대장이 병원 측에 당시 상황을 축소해 진술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임태훈 소장은 "속초의료원 간호기록지 최초 기재 사항은 '군대에서 뛰던 중 쓰러져 환자 확인 후 열 40도 이상, 군 앰뷸런스 타고 내원함'이었다"며 "현장 상황을 최초로 전달한 사람이 '완전군장을 매고 연병장을 돌다 쓰러졌다' 정도로만 상황을 축소해 설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속초의료원 다음으로 훈련병이 이송되었던 강릉아산병원의 입원기록에는 '부대 진술상 4시 반경부터 야외활동 50분가량 했다고 진술, 완전군장 중이었다고 함'이라고만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임 소장은 "최초로 사건 발생 당시 상황을 의사에 진술한 사람이 구급차 선탑승자인 중대장이 맞다면 경찰은 그가 완전군장 하에 50분 동안 선착순 달리기, 팔굽혀펴기, 구보 등 가혹한 얼차려를 강제했다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진술했는지 면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사실들이 알려지자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진심 아이들 군대 안 보내고 싶다", "병사가 될 능력이 없는 인간을 왜 장교로 만들어 놓나", "통상적으로 이런 사건에는 바로 구속조사가 원칙인데 이번 일은 참으로 요상하게 대놓고 축소 은폐질 하는데 나라꼴이 개판이네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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