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은 윤석열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나 역시 이 평가에 공감하는 바이며 그가 유능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잘한 일이 하나 있다. 윤통의 심중에 자유민주 사상이 진정 자리 잡고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일단 잊혀시다시피 했던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수호를 지속해서 부각시켰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간 윤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한국자유총연맹 69주년 창립기념식, 78주년 광복절 기념식, 부활절 연합예배 등 여러 공식 석상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와 수호를 역설해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철 지난 이념 프레임’, ‘공산 프레임’, ‘이념 편가르기’ 등 다양한 표현으로 이를 폄하하고 그를 철 지난 이념 투사로 치부했다. 그리고 올해 총선에서 지역구 득표율 5.4% 차이로 국민의 힘이 패배하자 민의를 내세우며 이념 강조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더욱 힘주어 내고 있다. 45.1%의 민의를 도외시하는 이들의 고압적 태도가 당혹스럽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동요되지 않고 한발 물러서서 이성적으로 이 괴이한 상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유민주주의가 들어선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대한민국은 여전히 ‘사회주의 및 전체주의 국가’인 북한과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전쟁 중이다. 과거부터 북은 끈질기게 대한민국 적화를 시도해 왔는데, 자주통일 민중전위, 제주 ㅎㄱㅎ 사건 등에서 드러나듯 오늘날까지도 간첩들이 대규모로 암약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우리나라 공공부문을 향한 하루 평균 162만여 건의 국제 사이버 공격 중 80%가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졌고, 지난 3, 4월 헤리티지 재단과 MS에서는 ‘사회주의 독재 국가’ 중국의 선거 개입 가능성을 우리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이렇듯 현재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반자유 진영의 전복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정치 세력이 엄존한다. 대개 이런 주장에 극좌파는 색깔론을 방패로 쓰고 전가의 보검인 극우 몰이로 제압하려 한다. 그러나 후술할 내용은 불과 몇 년 전에 일어났던 그저 사실이다. 21대, 22대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원내 제1당을 차지한 민주당은 18년도에 헌법 제4조 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삭제하려 한 전적이 있다. 당시 민주당 개헌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제윤경 원내 대변인은 “헌법 4조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보다 넓은 의미의 민주적 기본질서로 수정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본 조항 내 자유의 삭제는 ‘전체주의적 사회주의’로 설명될 수 있는 ‘인민민주주의’ 질서에 입각한 통일도 용인될 수 있게 한다. 즉 국가 정체성을 타격하는 것이다. 이를 이유로 논란이 일자 4시간 뒤 당 측은 발표할 내용이 많아 대변인이 착각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며칠 뒤엔 의총 전 실시했던 4조 수정에 대한 설문에서 찬반이 4대6으로 갈렸으며 이에 따라 의총에서 이견 없이 현행 유지를 결정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변인의 착오라기엔 스무스하게 통과되었다던 당론과 완전히 대치되는 그의 멘트가 상당히 구체적이었고 브리핑 후 4시간이나 지나서야 해명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설령 대변인의 실수였다고 해도 정당 내에서 국가 정체성 훼손이 가능한 개헌이 발상되었고, 이에 관한 당내 의사 타진을 위한 설문이 버젓이 돌았으며, 당 의원의 40%가 본 개헌에 찬성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불온 세력이 할 법한 용납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거대 양당의 한 축이 4조 내 자유 삭제의 후과를 몰랐을 리 없으며, 국가 이념에 대한 혁명적 사고관이 내재되어 있지 않은 이상 이 같은 행위는 국가 정당으로서 상상도 못할 일이다.
언급한 위협 주체들의 전체주의적 사회주의에 대한 애정을 보고 있노라면 이론적인 공산주의 체제는 무너졌어도 이를 구축케 하는 ‘필연적인 위선적 독재’, ‘사회주의화 정신’ 등 근원적인 정신적 요소이자 공산의 잔재는 작금의 시대까지 생존하여 인류사를 활보하는 듯하다. 아울러 이를 흠모하는 세력이 표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국내에 민주당뿐만이 아니며 정계에 국한되어 있지 않을 것으로 필자는 감히 확신한다.
서술한 바와 같이 나라 안팎에서 자유민주주의를 향한 위협이 끊임없이 목도되고 있다. 이러한 위태로운 정국에 국가 이념을 강조, 이를 반국가세력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주장은 결코 이상하지도, 과하지도 않다. 다만 대통령이 메세지를 전달하던 중 몰락한 공산을 언급하며 힐난할 여지를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산주의 체제가 사라진 게 자유민주를 향한 명백한 위협을 방임해도 되는 타당한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윤 대통령의 자유 수호 의지 천명(闡明)을 오독하고 공산의 잔재를 신봉하는 세력들이 자행하는 은밀한 자유민주주의 테러를 경시한다면,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인식은 점차 죽어가며 대한민국은 필요 이상의 사회주의 정책 촉구 등 위 세력들과 결코 다수는 아니지만 단단한 그들의 추종자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주도하는 사회주의화 기조를 서서히 수용할 것이다. 이어 ‘과도한 책임 의탁성 정책으로 인한 과잉적 정부 의존’, ‘자유 침해적 입법 및 정책도 불사한 공익과 평등 달성’ 등에 따른 ‘자유와 독립적 개인 의식의 급격한 저하’, ‘다방면의 실질적 자유 퇴행’을 경험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리고 이 흐름이 반전되지 않고 가속화되어 끝내 ‘사회주의식 자유 개념의 통념화 및 대중의 자유 몰지각’, ‘무소불위 정부 요건의 성립’ 등이 야기된다면 우리는 개인의 무조건적 희생이 당연시되는 나라에서 국가를 빙자한 필연적이고도 위선적인 일극의 권력에 예속되어 살아갈 공산이 매우 크다.
‘과거 신체와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며 TTS를 유발할 수 있는 AZ 백신을 포함한 코로나 백신을 반강제로 접종하게 했던 백신패스의 대중적 수용’, ‘범죄자의 천권(擅權)을 가능케 하는 가부 판단력이 부재한 듯한 정치 팬덤의 맹종성 및 이들의 행동력과 결집력’, ‘매표에 매몰된 대다수 국회의원들의 미미한 투쟁 의지와 틀린 시류에 대한 굴종성’, ‘모두에 대한 무해가 선이라고 믿고 흑백 논리는 틀렸다며 무해한 존재를 잡아먹을 명확한 흑(黑)과의 갈등조차 악으로 인식하는 사회의 과도한 중립 추구’ 등을 반추했을 때 위 시나리오 돌입을 위한 조건이 얼추 갖춰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니,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며 ‘생활과 밀접한 공적 분야에서 개인의 언어를 제한하는 사회 길들이기 시스템’을 만들어 표현의 자유를 죽이고 개인의 사고를 통제하는, 소수자까지 팔아가며 감성적 명분을 얻은 도덕의 법제화를 실현하겠다면서 만든 그 차별금지 대상 목록에 반자유적인 것들을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게 하는 그 무엇이 더 포함될지 알 수도 없는 포괄적차별금지법 등이 논의되고 이 악법에 관한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것을 보면 이미 시나리오는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족함이 있었다 하더라도 전술한 한국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적 현황을 생각했을 때 그의 자유민주주의 공고화는 확실히 잘한 일이며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따라서 대통령은 민생을 꼼꼼히 챙김과 동시에 자유민주주의를 설파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또한, 최근 해외 직구 KC 의무화 논란과 같이 정부 신뢰성을 떨어트리는 조변석개한 모습을 부디 보이지 말며, 반자유 정책을 잘 가려내고 자유 이념에 기반한 정책을 지조 있게 추진하여 강경한 자유민주주의 국시를 이어가길 바란다. 다만 외교 측면에서 자유민주주의 노선을 유지하되 대중국 외교는 실리를 고려해 잦은 접촉으로 유연하게 풀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힘은 국가 정치를 이끄는 국가 정당임을 부디 자각하여 매표를 위해 포퓰리즘 공약을 모방, 남발하며 사상적 중심이 부재한 채 민생에 성의 없는 태도를 보이지 않길 바란다.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진정성 있는 민생 비전을 강경하게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 유대 있는 지지를 얻으며 국정을 보조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의 경우는 탄핵에 대한 필사적이고 지속적인 집착을 고려했을 때 국가 전복 세력이 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듯 보이며, 이에 내부를 자정하지 않는 이상 올바른 정책 경쟁을 통해 여당과 함께 민생에 기여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사료된다. 마지막으로 언론은 건국 이념을 다지려는 대통령의 행보를 이념 갈등 기도로 낙인찍어 국민에게 이념에 대한 피로감을 불러일으키며 자유민주의 가치와 수호에 대한 무관심을 종용하는 듯한 행위를 지양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