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씨가 2021년 6월3일 페이스북에 올린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찍은 사진. 명씨는 사진을 올리며 "♡ 이준석 당대표 후보와 비오는 밤 제주에서.. 화이팅!"이라고 썼다. (이미지=명태균 페이스북)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를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 공천 거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명태균 씨가 여러 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데 이들이 관여한 정황을 포착했다는 것이다.
13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지난달 압수수색을 통해 명 씨가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쓰던 PC에 남아 있는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지난 2022년 5월 9일 오전 0시 20분쯤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의원과 명 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가 포함됐는데, 이 의원이 먼저 "윤 당선인이 김영선은 경선을 해야 한다더라"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자 명 씨가 "전략 공천인 것으로 안다.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의원과 명 씨는 김건희 여사, 국민의힘 재‧보궐 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던 윤상현 의원, 함성득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장 등의 이름을 언급하며 공천이 무산될 경우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대화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명 씨는 날이 밝자 대통령 취임을 하루 앞둔 윤석열 당선인에게 "김영선 의원의 공천을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오전 10시쯤 윤 대통령과 통화가 이뤄졌다. 이때 윤 대통령은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했고, 명 씨는 "진짜 평생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통화가 끝난 뒤 명 씨는 이준석 의원에게 "(윤 대통령이)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 김영선 전략 공천 주겠다고 말씀하셨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또 윤 대통령에게 다시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부탁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이튿날 경남 창원 의창 선거구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됐다. 명 씨는 검찰에서 "공천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경선을 치를 수도 있다'는 이 의원 말에 윤 대통령에게 연락하게 됐다", "대통령과 통화 중 공천관리위원회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걸 윤상현으로 바꿔 과장해 말했다"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명 씨가 김 전 의원 공천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이 의원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규명하기 위해 조사가 필요하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윤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많은 정치인이 등장하지만 아직은 의혹을 규명하는 단계에 불과하다. 명 씨 등의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김 전 위원장과 명 씨의 관계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위원장이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대구시장 선거와 관련해 '김재원(국민의힘 최고위원)하고 유영하(국민의힘 의원)가 단일화를 할 것 같냐, 명 박사 어떻게 생각해'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명 씨는 검찰에서 김 전 위원장에 대해 "2020년 10~11월 중 김영선 전 의원과 함께 김 전 위원장의 자택을 찾아 처음 만났고, 그다음 날 아침부터 전화로 현안을 논의했다"며 "매일 연락해 의견을 묻는 사이"라고 했다. 검찰은 명 씨가 정치계 원로인 김 전 위원장을 통해 다른 지역구 선거에도 관여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한편, 검찰은 명 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 중 자신에게 보낸 녹음 파일이 있는 점 등으로 미뤄 통화 녹음 파일을 USB 등 다른 저장 장치로 빼돌렸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또 명 씨가 대선 직후 김건희 여사로부터 돈봉투를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명씨는 "액수와 시기는 기억이 안 난다. 교통비 수준의 소액이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명 씨의 구속영장에 "국민의힘 대표, 대통령 후보 부부 등 정치인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범행을 저질렀고, 스스로 국회의원의 지위에서 정치 활동을 했다"고 적시했다. 명 씨의 영장실질심사는 14일 오후 창원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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