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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5당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발의, 韓 압박...효과는 글쎄

이성우 기자 | 기사입력 2024/09/03 [18:23]

野5당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발의, 韓 압박...효과는 글쎄

이성우 기자 | 입력 : 2024/09/03 [18:23]

▲ 3일 한동국 국민의힘 대표가 경북 구미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TV 유튜브 캡쳐)  ©

 

더불어민주당 측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연일 여당표 채상병 특검법 발의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후 야당이 네 번째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한 대표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야5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특검 추천' 내용을 반영한 채상병 특검법을 의안과에 제출했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안 제출 직후 "(특검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정치적 결정과 결단, 일종의 양보의 개념"이라며 "한 대표가 국민에게 공언한대로 제3자 추천, 대법원장이 추천하면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한 걸 이행하라고 강력 촉구하는 것을 함께 담은 법"이라고 말했다.

 

해당 법안은 대법원장이 특별검사 후보 4명을 추천하면 그중 2명의 후보를 야당이 선별하여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이 중 한 명을 대통령이 특별검사로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야당은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에 대해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하며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다.

 

한 대표가 수사 대상에 포함하자고 요구한 제보공작 의혹은 해당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와 관련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제보공작을 넣으려면 국민의힘이 안을 발의하면 된다"며 "현행법으로도 인지된 사건을 수사할 수 있기 때문에 고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이달 내로 해당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법사위가 가장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에 법사위의 회의와 소위 상황을 지켜보면서 본회의 통과 시점을 보겠다"고 말한 것을 고려할 때 처리 시점은 법사위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공세를 통해 압박을 느낀 한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채상병 특검법을 관철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민주당은 여당의 분열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공수처 수사 결과 발표 후 특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여당 내 주류 의견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법안이 '후보 비토권'을 규정해 3번째 법안과 마찬가지로 특검 후보를 야당의 입맛대로 고를 수 있는 '셀프 특검'의 색채를 띤다는 점에서 한 대표에게 반대 명분을 주었기 때문에 압박 효과가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경북 구미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현장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4번째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내용을 봤는데 바뀐 게 별로 없더라"며 "제 입장은 그대로다"고 말했다. 사실상 4번째 특검법에 대해 수용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이며, 여전히 제3자 추천안 발의에 동의는 하지만 기존과 같이 당 설득을 우선으로 하여 일단은 특검법 발의를 추진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 대표가 끝내 법안을 발의하지 않는다면 당 지배력이 미미한 '바지 사장' 프레임을 뒤집어 쓸 수 있어 정치적 입지가 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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