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청신문

[미리보기]영화의 힘, 푸틴에게 보여줄 때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

한청신문 | 기사입력 2024/10/30 [22:05]

[미리보기]영화의 힘, 푸틴에게 보여줄 때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
한청신문 | 입력 : 2024/10/30 [22:05]


오늘(30일) 아침 CNN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진입했다는 뉴스를 타전했다.

 

일부 매체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중에 이미 사망자가 나왔다고도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벌써 몇 년째 끝이 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자기들에게 우호적인 북한으로부터 1만~1.2만 명의 군인을 파병받기로 하고 그들을 러시아로 데려와 훈련 중이다.

 

그런 가운데 이미 이들이 전쟁에 투입됐고, 심지어 전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코미디언 출신이라 정치의 ‘ㅈ’자 모른다며 러시아가 얕잡아 보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3년 가까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애쓰고 있다.

 

그는 지금의 상황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서방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무기를 지원한 나라도 있고, 파병을 결정한 나라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북한군까지 끌어들이자 우리 정부 역시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사실상의 파병’을 결정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벌이자 AP통신사 기자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마리우폴에 들어가 20일 동안 기록한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마리우폴에 들어간 기자들은 제일 먼저 진입로 확보를 위해 러시아군이 곳곳을 파괴한 모습을 마주한다.

 

출근한 아들을 기다리는 엄마가 거리에 나와 어디에 숨어야 할지 묻자, 취재진은 민간인은 공격하지 않을 거니까 집으로 가 지하실에 숨어있으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1시간 후, 러시아군이 민가를 공격하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공격받은 시민들은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기자들에게 험한 말을 퍼붓는다.

 

그래도 기자의 사명은 이를 기록하고, 알리는 일이기에 그들을 계속 카메라에 담고, 전쟁의 참상을 보도한다.

 

마리우폴이 공격받은 지 3일째 되던 날, 대피소에서 첫날 집에 가 있으라고 조언했던 여성을 만난 취재진은 그녀의 집도 폭격당했다는 말을 듣고 사과한다.

 

4일 차인 2022년 2월 27일, 처음으로 마리우폴에 전투기가 뜨자 예민해진 군인들이 촬영을 막는다. 이에 기자는 역사적인 전쟁이니 기록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그때 한 아이가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오자, 의사는 꼭 이걸 찍어서 푸틴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려달라고 한다. 의료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4살 아반겔리나는 숨졌다.

 

7일째 되던 날, 인터넷과 전기가 끊기자 외신기자들이 모두 마리우폴을 떠났지만, AP 기자들은 며칠 더 남아 의료진과 함께 하기로 결정한다.

 

민간인은 쏘지 않는다는 푸틴의 주장에 의료진은 (병원에 실려온 사람들 중에) 지금껏 민간인 밖에 못 봤다고 반박했다.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16살 일리야는 포격으로 다리를 완전히 잃고 병원으로 왔으나 결국 세상을 떠났다.

 

의료진은 전기도, 물도, 의약품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애쓴다.

 

9일째 되던 날, 병원에 다시 전기가 들어왔지만 결국 18개월 된 키릴을 결국 살리지 못했다.

 

AP 기자들은 계속 이 상황을 기록하지만, 인터넷이 끊겨 외부에 알릴 길이 없다.

 

마리우폴 바깥에 있는 기자들 역시 봉쇄된 마리우폴 안의 상황을 알 길이 없다.

 

3월 5일, 인도주의적 대피 통로가 열렸지만, 러시아군이 차량을 통제해 제대로 빠져나가지도 못한 채, 3월 6일 다시 폐쇄되고 만다.

 

크림반도에 위치한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갇힌 주민들은 자기들이 갇혔다는 걸 깨닫고 상점의 물건을 약탈한다.

 

꼭 필요해 보이지도 않는 장난감까지 모조리 약탈하자, 상인은 허탈해한다.

 

14일째 되던 날, 다시 2번 병원으로 온 취재진은 공무원들이 시신을 묻는 장면을 목격한다.

 

아마도 이 중엔 며칠 전 카메라에 담긴 이들도 있을 것이다.

 

급기야 러시아군은 수술동으로 사용 중인 옛 산부인과 병원에 포를 쏘아댄다.

 

러시아 측에서 민간인은 공격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다친 민간인들에게 공격을 가하는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에 블라디미르라는 경찰관이 카메라 앞에서 국제사회에 호소한다. 비인간적인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막기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그의 도움으로 취재진은 인터넷이 되는 건물로 이동해 영상에 본사에 송고했고, 세계 여러 방송사들이 이를 받아서 마리우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도했다.

 

그러자 다음 날, 러시아 측에선 이 영상이 배우를 고용해 찍은 가짜뉴스라는 가짜뉴스를 퍼트린다.

 

취재진은 러시아에서 배우라고 지목한 산모를 찾아 나섰지만, 이미 산모도, 아기가 죽은 후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곧이어 또 공습이 이어진다. 병원을 벗어나기도 쉽지 않은 게 정문에 있던 간호사가 총에 맞아 죽었다.

 

17일째 되던 날, 전날 러시아군에 의해 포위된 병원에서 취재진을 빼내기 위해 특별기동대가 온다.

 

의료진과 환자들을 두고 혼자 떠나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부디 살아서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진실을 알려달라는 블라디미르의 부탁에 취재진은 탈출한다.

 

취재진이 떠나고 몇 시간 후, 러시아군이 병원을 점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탈출한 취재진은 영상을 어떻게 본사에 보낼지 고민한다. 자기들이 타고 온 밴을 병원에 두고 와서, 어떻게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지부터가 걱정된다.

 

그때 본사에서 어제 적십자사 차로 탈출한 다른 취재진 얘기를 한다. 그래서 한 병원으로 가보니, 마지막 1대 남은 적십자사 차가 막 떠났다고 한다.

 

그래서 일단 이 병원에 남아서 촬영을 더 이어가기로 한다.

 

이런 상황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블라디미르는 자기 차에 기자들을 태우고 열 시간 넘게 100km에 달하는 거리를, 그것도 15개나 되는 러시아군 검문소를 지나 적십자사 차량이 있는 곳까지 데려다 준다.

 

그렇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AP통신사 기자들은 지금 마리우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러시아의 가짜뉴스가 왜 가짜뉴스인지 밝힐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역사를 기록하고, 이를 세상에 알리는 기자(記者)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한다.

 

과거 우리나라도 광주에서 자국 군대가 무고한 시민들을 죽일 때, 언론이 통제돼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정부의 일방적 발표만 믿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도 일부에선 당시 광주에 북한군이 내려와 시민들을 선동해 폭동을 일으켰다고 헛소리를 하기도 한다.

 

당시 외신기자들이 목숨을 걸고,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알렸기에 지금은 이런 주장이 헛소리라는 걸 알게 됐지, 그 당시 광주에 기자들이 1명도 없었다면 아마 지금도 우리는 전두환 정권이 ‘빨갱이 소탕’했다고 잘못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교훈 덕분에 세계적 통신사(다른 매체에 뉴스를 판매하는 언론사)인 AP통신 기자들이 전기도, 인터넷도 끊긴 상황에서도 계속 마리우폴에 남아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그 기록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우크라이나의 한 경찰관이 그들을 보호해 주며, 영상을 본사로 보낼 수 있게 도왔다.

 

마리우폴에 갇힌 주민들은 다른 도시에 사는 친척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싶어서 카메라 앞에 섰고, 어린아이부터 산모까지 민간인들이 죽어나가자 의사들은 이 일을 꼭 세상에 알려달라며 촬영을 요청했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는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두 알고 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AP 기자들은 2023년 퓰리처상을 받았고, 당시의 영상을 편집해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만들었다.

 

30일, 국내에서 기자시사회가 진행되었는데, 이날 기자들 외에 특별히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서기관과 대사관 측에서 초청한 사람들도 같이 영화를 봤다.

 

이들은 간간이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흐느끼기도 했다.

 

그들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 내용은 충분히 짐작된다.

 

지금도 우크라이나에선 또 누군가가 총과 포탄에 맞아 죽었다. 이 기사를 쓰는 동안에만 몇 명이나 사망했을지 짐작도 안 된다.

 

오늘 시사회장에 온 우크라이나인들은 어쩌다 그곳에 없어서 운 좋게 살아남은 것이고, 기자 역시 종군기자와 거리가 먼 영화기자여서 그곳에 있지 않아 살아남은 것뿐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이 영화가 전세계에 널리 퍼지도록 많이 알리는 것이다.

 

임산부가 등장하는 뉴스 영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러시아 정부가, 이 영화가 전 세계에 퍼져나가면 얼마나 압박받을까?

 

이제는 44년 전 광주에서처럼 진실을 은폐할 수 없는 시대라는 걸 푸틴에게 일깨워줘야 한다.

 

영화의 힘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영화 한 편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 보여줄 때다.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내달 6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원본 기사 보기:디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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