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청신문

[사설] 낙태는 틀렸다, 우리도 태아가 될 수 있다

한청신문 | 기사입력 2024/07/23 [07:01]

[사설] 낙태는 틀렸다, 우리도 태아가 될 수 있다

한청신문 | 입력 : 2024/07/23 [07:01]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은 인구 소멸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렸고 각계가 입을 모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이 아이가 더욱 귀중해진 시대에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낙태가 성행하고 있고, 권력은 이러한 생명윤리관 파괴를 비호하고 있다.

 

2019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에만 5만 건의 낙태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피임 인식 개선과 결혼율 하락, 출산 포기 등으로 2005(342000여 건)2010(168000여 건)에 비해 많이 줄었으나, 5만 건은 한국의 여전히 저조한 태아 가치 인식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수치다. 더 암울한 점은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낙태가 불법이므로 여성들이 솔직히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2005년 낙태 건수는 정부 발표보다 3배 많은 100만 건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 것을 보아 실제 수치는 조사된 수치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 온라인상에서는 불법 낙태 약물 거래가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사례들은 모두 태아 살해에 대해 거리낌이 없는,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와오된 시류를 방증하고 있다. 더 나아가 뉴스에 꾸준히 보도되고 있는 태아 유기 사건들과 최근 발생했던 20대 친모가 출산한 아이를 발로 밟아 죽인 사건 등은 이 시류의 확장적 형태일 것이다. 야만적인 무책임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태아 살해를 경시하는 시대정신이 사법계와 정계로부터 비호되며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19411일 헌법재판소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시하며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에 대해 헌법 불합치판결을 내렸다. 또한 21대 국회에서는 이에 부응하기 위해 낙태죄 폐지 관련 형법 개정안 등 7개의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진일보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후 해당 법안들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긴 했으나, 헌재가 권고한 개정 시한이 지나면서 2021년부터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조항의 효력이 상실되며 낙태가 전면 허용되었다. 권력이 팔을 걷어붙이고 기어코 낙태를 정상 행위, 하나의 권리로 규정하며 태아 살해를 합법화한 것이다.

 

강간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임신은 절대적으로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결과이다. 그에 따른 출산은 책임이며 현재 임신 중지 같은 미사여구로 포장되는 낙태는 개인의 권리가 아니다. 낙태가 권리가 되기 위해서는 태아가 인간이 아니어야 한다. 살인의 권리는 누구에게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 태아는 분명 작지만 인간의 세포이며 세포 덩어리인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대게 낙태 옹호론자들은 태아는 심장이 부재하기 때문에, 또는 뇌 발달이 덜 되어 특정 뇌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았으므로 세포 이상의 가치가 없다며 죽여도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 논리에 따라 심장의 부재를 살해 가능 기준으로 삼는다면 사람들은 인공심장에 잠시 의존하고 있는 가족 구성원을 심장이 없는, 세포에 불과한 태아로 간주하고 죽여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게 된다. 하나 인공심장을 달고 있으므로 죽여된다는 것에 수긍할 이는 결코 없을 것이다. 심장을 반드시 복구할 수 있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특정 뇌기능 비활성화를 그 기준으로 삼는다면 사람들은 세포 덩이에 불과한, 기능하지 못하는 뇌를 품고 있는 코마 상태의 가족 구성원을 죽일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다만 혹자는 코마 환자를 가족들의 동의하에 죽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환자가 10개월 후에 반드시 뇌기능을 완벽히 회복하고 깨어난다면, 그의 죽음으로 모종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생명윤리관이 극도로 결여된 사람이 아닌 이상 지금 당장 부담이 된다며 그를 죽이는 것에 찬성할 이는 단언코 없을 것이다.

 

상술한 바와 같이 살해 가능 기준을 태아에게 적용하게 되면 해당 기준에 부합하는 인간은 그저 세포 덩어리에 불과하게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를 죽일 수 없다. 여전히 그가 인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태아는 분명 세포 이상의 가치가 있는 인간이고, 살인 행위인 낙태는 틀렸으며, 이의 합법화는 진보가 아닌 퇴보다. 태아가 여성의 배 속에 있다는 사실도, 부모에게 부담이 된다는 주장도, 성관계는 원했으나 임신은 원치 않았다는 궤변도 고의적 살인을 합리화할 수 있는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아울러 이러한 맥락에서 특정 임신 주수에 따른 낙태 가능 여부에 대한 세간의 논의는 하등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헌재의 판결에 유감을 표하며 낙태죄 폐지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각종 단체들을 규탄한다.

 

우리는 낙태죄를 복고해야 한다. 일각에선 낙태죄가 있으면 낙태 건수가 더 늘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낙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임신하는 사람이 비정상이며, 고의적 살인에 처벌 조항을 없애면 해당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식의 협상은 있을 수 없다. 아울러 국회는 범죄로 인한 임신 또는 산모의 생명이 위급하거나 임신 지속 시 산모 생명이 위급해질 것이라는 의학적 소견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그 어떤 경우에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없도록 모자보건법을 손질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낙태 합법화의 문제점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는 우리 정치권을 보고 있노라면 정체성 정치를 통한 여성표 획득에 매몰되어 일부러 본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국가를 바른길로 이끌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위정자들은 틀린 시류에 굴종하면 안 된다. 본인들의 입으로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잘못된 조류 개선에 힘씀으로써 사회지도층의 자격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태아의 생명이 존중되는 상식의 시대가 오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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