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며 윤 대통령 공천개입 의혹이 비상한 지 이틀째인 1일, 여권 측이 본격적으로 윤 대통령 방어에 나서는 분위기다. 다만 전면적 인적 쇄신과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녹취록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법적으로, 상식적으로 아무 문제 될 게 없는 내용"이라면서 "목소리의 주체인 명 씨도 '대통령은 전혀 선거개입, 공천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고, '그 녹취도 (윤 대통령이) 당에서 알아서 할 거라고 한 내용은 짤린 것 같다'고 증언하고 있지 않나"라며 "녹취 내용은 공천에 개입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입증되지 못한다. 일방적인 (민주당의) 정치 주장일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취임 전후에 공천 개입, 선거 개입과 같은 불법 행위를 한 바가 없다"며 "당으로부터 어떤 건의를 받은 적도, 보고 받은 적도 없고, 공천 개입과 관련한 어떤 지시를 내린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대선 경선 이후 명 씨와 소통을 끊었다는 대통령실의 이전 해명은 거짓말 아니냐'는 지적엔 "경선 이후 대선 과정에서 명 씨와 교류·접촉하거나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저는 그것을 거짓말이라고 등식화시키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 기억에 의존해서 말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울러 "(윤 대통령이) 초반에는 (명 씨의) 조언을 들었지만 지내고 보니 안 되겠다 싶어서 매정하게 끊었다"며 "경선룰에 이런저런 간섭을 해서 '앞으로 나한테도 전화하지 말고 집사람한테도 전화하지 마'하고 딱 끊은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대통령은 매몰차게 명태균 씨를 끊었지만 배우자인 김 여사는 그렇게 못하는 것"이라며 "어떻게든 남편 몰래 명태균 씨를 달래고 좋게 좋게 얘기해서 선거를 끝까지 끌고 가고 싶은 게 가족의 심리 상태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근거 없는 선전·선동으로 대통령 탄핵에 골몰하기 전에 대통령의 행위가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 것인지를 판단한 후 (선전·선동을) 하는 것이 법치주의를 위해 공당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자세"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2022년 5월 9일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고 인수위법상 인수위원회 구성원도 아니어서 공무원 의제 규정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박찬대·민형배·박성준 등 민주당 의원들이 22년 3월 '각종 선거에서의 정치 중립을 위해 대통령 당선인도 공무원으로 간주하자'라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사실만 보더라도 '당선인은 공무원에 준하는 지위로 선거법 위반'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은 자기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공관위에 의견을 개진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단순한 의견 개진은 법률 위반이 아님이 법원판결에 의하여 명확히 확인이 됐다"면서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죄 선고가 됐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죄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나, 당 공관위원들에게 공천리스트를 전달하고 종용한 혐의로 기소된 현기환 전 정무수석에 대해서는 2심·3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가 된 사실은 왜 말을 하지 않느냐"며 "박 전 대통령이 상고를 포기해 대법원 최종 판결을 받지 않았으나 이후에 같은 내용에 대해 대법원은 경선 선거인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아니라고 명확히 하며 무죄를 선고한 것"이라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률적으로 문제없는 부분"이라며 '당선인 신분으로 통화했으므로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는 당 소속 법사위원들의 입장에 대해 "개인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녹취도 일부만 짧게 나온 상황이라 전체 정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보겠다"고 했다.
강명구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저 같은 국회의원도 당선됐을 때 전화를 수백 통, 수천 통을 받았다. 온갖 사람들이 '내가 일등 공신이다', '내가 선거 다 했으니 나한테 잘해야 된다'고 확인 전화를 한다"면서 "대통령께서 박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보니 (명 씨의 전화를 받았을 뿐이며), 그냥 좋은 의미로 말씀하신 사적인 얘기 아니냐"며 "앞뒤 내용을 다 봐야지 공천 개입한 것처럼, 의혹을 가지게끔만 딱 잘라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더군다나 그때 까칠한 이준석 대표가 (선거를) 총괄하고 있었다. 만약 개입 정황이 있었다면 이준석 대표가 가만히 있었겠냐"고 덧붙였다.
다만 "(대선 경선 이후 소통을 끊었다는) 대통령실 해명은 잘못됐다. 전화 통화 얘기는 정확하게 안 하고 '딱 끊었다'고 한 건 기억의 부정확성, 기억의 오류로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은 잘못됐으니 빨리 해명하고 가자"고 했다.
권영세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통령이 그 당시에는 우리 정치권의 사람들도 많이 모르고 또 공천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아직은 이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세세하게 잘 모를 때"라며 "자기 의견을 얘기했을 정도로 보여진다"면서 "만약에 대통령 당선자의 말로 (공천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면 (당시) 이준석 대표가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또한 "(명 씨와 통화했던) 5월 9일까지는 (윤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이니까 당선자 신분에서 한 부분은 법에 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당정 모두 상황을) 엄중하게 느끼고 있다"며 "대통령실에서 인적 쇄신부터 시작해서 정책적인 부분, 행태 부분, 이런 것까지 다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겠는가"라고 전했다.
여당 내에선 이 같은 엄호의 견해 외에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대통령실의 확실한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윤통이 무너지면 우리에게는 차기 대선은 없다"면서 "더구나 윤통과 한뿌리인 한동훈이 동반자진(同伴自盡)을 시도하는 철부지 행각을 보면 더더욱 울화가 치민다"며 "어떻게 쟁취한 정권인데 또다시 몰락의 길을 가고 있나"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중국 제왕학에 제왕은 면후심흑(面厚心黑, 얼굴은 두껍고 마음은 검다)해야 한다고 합니다"라며 "폐일언(蔽一言)하고 당은 방기(放棄) 하시고 대통령 비서실부터 전면 쇄신 하시고 내각도 전면 쇄신하여 새롭게 국민 앞에 나서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국정기조가 무너지고 있다"며 "늦으면 국정 추동력을 회복하기가 어려워 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재섭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어제 대통령실 해명이 2시간, 3시간 만에 나왔는데 누가 그걸 믿겠나. 대단히 설득력이 없었다"면서 "대통령이 (대선 경선 이후 명 씨와) 연락하지 않았다는 말이 거짓말이 돼버렸으니까 신뢰도 없고 권위도 너무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실에서) 확실한 사과와 잘못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지금 '이거 별문제 아니다'라며 인식이 되게 안일하지 않나.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현실 인식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만약) 당선인 신분에서 공천 지시를 했더라도 민주당 주장처럼 탄핵 사유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언제부터 우리가 대통령의 실수나 과오에 대해 위법성 여부를 다퉈서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나"라며 "이런 발언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해야 하는 여당의 상황도 굉장히 위태롭다"고 비판했다.
또한 "우리 당이 대통령을 결사옹위하는 방식으로 간다면 너무 많은 것을 잃을 것"이라면서 "국민의힘에서 (의혹에 대한) 공식 입장을 아직 내지 않았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명이 나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저작권자 ⓒ 한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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