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폐지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에는 국정원의 조사권마저 없애는 법안을 발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20년 12월 국정원법을 개정해 대공 수사권을 경찰청으로 이관시킨 바 있다. 유예기간 3년이 지나 올해 1월부터 해당 개정법이 시행되었으나 경찰은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경찰은 대공 수사에 적합하지 않다'는 우려가 현실화되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이 대공 수사 질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에서 민주당은 지난 3일 국정원 조사권을 없애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본 개정안은 대표발의자 이기헌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7명이 발의했다. 이들 중 11명은 운동권 출신이며, 그중 윤건영 의원과 박상혁 의원은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집행유예 등을 선고받은 전적이 있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안보범죄 관련 정보 업무 수행을 위해 현장조사·문서열람·시료채취·자료제출 요구 및 진술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할 수 있는 조사권 삭제, ▲안보범죄 관련 정보 업무 수행을 위해 다른 국가기관에 대해 안보 범죄 사실의 조회 및 확인, 자료의 제출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 삭제, ▲안보범죄 관련 정보 취득 시 대공수사권을 보유한 수사기관에 범죄정보를 제공하는 등 협력 의무 부여, ▲국가정보원이 수집한 정보를 신원조회를 위해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 등이다.
특히 국정원이 수집한 정보를 신원조회에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의 신설에 대해 국기기밀 접근 권한이 주어지는 3급 이상의 고위 공무원에 대한 신원조회도 막음으로써 미검증된 사람에게 국가기밀 접근권을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제안이유에서 "(현행법상 국정원의) ‘조사권’은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바, 수사권은 형사 절차에 적용되는 헌법상 적법절차원칙 및 영장주의가 엄격히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러한 헌법 원칙의 적용 없이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조사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국가기관에 대한) 사실조회 및 자료제출 요구 역시 형사소송법이 수사기관에게 허용하고 있는 권한에 해당하기 때문에 대공수사권이 없는 국가정보원이 이런 권한을 보유하는 것은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형사법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정보원은 막대한 예산과 안보범죄에 관한 정보를 독점하면서 그 중 입맞에 맞는 사건정보를 선별하여 수사기관에 제공함으로써 국가정보원이 사실상 대공수사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있다"며 협력 의무를 부여하는 것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은 국가정보원에 ‘신원조사’ 권한을 부여함으로서 국가정보원이 정부의 인사검증에 개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나 「보안업무규정」상 신원조사 규정은 법률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위법한 규정이고, 국가정보원법상 국가정보원의 직무에도 해당할 여지가 없다"며 국정원이 수집한 정보를 신원조회에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들려오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안 그래도 수사권이 사라져 자료를 수집할 때 위축된 국정원이 조사권마저 박탈당한다면 식물 상태나 다름없어진다"며 "국정원이 취득한 증거는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서 앞으로 절대 쓰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정원 출신의 국회 관계자는 "국정원이 조사한 문건으로 대북송금 방어 논리를 펴면서 정작 법안은 국정원 조사의 유효성을 파기시키고 있다"면서 "민주당의 자가당착"이라며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정원 문건을 근거로 쌍방울의 대북송금 목적이 주가 조작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행태를 꼬집었다. <저작권자 ⓒ 한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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