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냉랭한 반응을 내비치고, 더불어민주당은 대표성 있는 의료 단체의 참석을 참여 조건으로 내걸면서 개문발차 식으로도 협의체 출발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13일 국민의힘 측에서 언론 공지를 통해 "어제와 오늘 한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해 임현택 의협 회장에게 의협의 참여를 요청했으나, 아직 참여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료 공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덜어드리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의료계는 본 협의체 참여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 야, 정부, 대통령실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협의체에 들어갈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의(대전협)는 아직까지 묵묵부답인 가운데,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한 총리 등 정부 관료들은 연일 의료대란 책임을 전공의들에게 전가하지만, 전공의가 그만두면 당장 문제가 벌어지는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해온 건 정부"라며 "전공의들이 불신하는 정책을 강해해 이탈을 불러온 책임은 당연히 정부에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 그는 지난 10일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은 사직한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그 어떤 테이블에서도 임현택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를 고려할 때 의협에서 협의체에 참여한다 해도 대전협은 끝내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보인다. 이번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들이 불참한다면 협의체의 의미가 반감되며 의료대란을 매듭짓지 못할 공산이 크다.
앞서 지난 11일 국민의힘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전한 2개 단체 중 하나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날(12일) 입장문에서 "협의체 관련해 전의교협은 현재까지 참여 여부에 대해 논의하거나 결정한 바가 없음을 알려드린다"며 여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아울러 의료계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와 '윤석열 대통령 사과 및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등을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수용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대화 가능성이 사전 차단되는 모양새가 펼쳐지고 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전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2025년 증원 백지화에 대해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아시다시피 수능 원서접수도 지난주에 끝났고, 이번 주 9월 9일부터는 수시모집에 들어가 있다"며 "입시단계에 넘어온 이 사안을 다시 되돌리거나 조정을 하자라는 것은 사실 현장에 있는 수험생이나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는 안"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사과와 관련자 문책 요구와 관련해선 "의료개혁은 필수의료패키지부터 해서 1년 8개월 이상 준비를 해온 사안이고, 그간 꾸준히 추진을 해 왔다"며 "이렇게 갈등상황이 벌어진다 그래서 사과를 한다거나 문책을 하는 것은 오히려 개혁의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의 경우에는 의협 등 대표성이 있는 의료단체의 참석 의사가 불투명하다며 참여 여부를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여당은 일부 의료단체가 협의체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 민주당에 추석 전에 여야의정 협의체를 출범시키자고 제안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대표성이 있는 의료단체의 참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일단 야당을 끌어들여서 중재자 한동훈을 명절 밥상에 올려 놓고 싶은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며 "의료계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우리 민주당을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정책조정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단지 의료단체 두 개 정도 들어오는 것만으로는 심각한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협의체를 꾸리는 게 어려운 만큼 실질적 행정력을 가진 의사단체가 들어오길 촉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정은 연일 야당과 의료계를 향해 조속한 협의체 참여를 촉구하고 있지만, 협의체 의제에 2025년 증원을 포함하는 것을 두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어제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저는 지금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고 본다. 협의체를 빨리 구성해야 국민들이 안심한다"며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꼭 유예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의료계가 요청하니 다양한 의제를 논의할 수 있게 열어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역설했다.
반면 한덕수 총리는 "의료계 요구 사항을 많이 받아들이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건드리는 건 국민 혼란이 커지기 때문에 안 된다"며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한 대표는 "2025학년도 조정이 어려운 건 알고 있지만, 뭐라도 하지 않고서 지금 상황을 정부에서 다 관리할 수 있느냐"라고 물었고, 한 총리는"매니지먼트가 가능하다. 확신한다"고 답했다.
다만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전날 "여야의정 협의체라는 대화의 장이 열려 있으니까 '2025학년도 증원 논의 안 하면 우리는 안 들어간다' 그런 전제조건 없이 들어와서 자유롭게 내놓고 대화를 해 보자라는 게 저희의 입장"이라며 "의제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내년도 증원 백지화) 주장을 하거나 그러면 거기에 대해서 저희 의견도 얘기를 하고 서로 의견교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야기 정도는 '듣기만' 하고 설득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저작권자 ⓒ 한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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