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김건희 특검법)과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을 의결했다.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 대상은 최근 모 언론 매체의 보도로 제기된 공천개입 의혹을 포함하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인사개입 의혹, 명품 가방 수수의혹 등 총 8가지 의혹이다. 특검 추천권은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등 사실상 야당에만 부여된다.
채상병 특검법은 야당표 제3자안으로 대법원장이 특별검사 후보 4명을 추천하면 그중 2명의 후보를 야당이 선별하여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이 중 한 명을 대통령이 특별검사로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야당은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에 대해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하며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두 특검법을 회의에 상정한 후 여야는 대체 토론을 진행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협박성 발언과 막말 등이 오가며 난장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합의가 아닌 한쪽만 추천권을 갖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비교섭단체인 조국혁신당은 고발인적 지위에 있기 때문에 그 정당에만 특검 추천권을 주는 것은 특검의 중립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재추천 조항은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이들을 향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느냐"며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다. 이것을 어겼다 해서 감옥에 간 사람도 있다. 발언을 신중하게 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정 위원장에게 "그걸 감옥 갈 수 있다고 하는 게 제정신이냐"고 따져 물었고, 정 위원장은 "제정신이냐"고 맞받았으며, 여기에 곽 의원은 "제정신입니다"라고 응수했다.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던 끝에 여당 의원들은 두 특검법에 대해 안건조정위원회(안조위) 구성 요구서를 제출했다. 안조위는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찬성으로 구성되는 임시 기구다. 최장 90일간 논의가 가능해 법안 처리를 지연시킬 수 있으나, 6명의 안조위원 중 4명이 동의하면 즉시 종료할 수 있다. 본 안조위는 소위에서 통과된 내용 그대로 상정한다는 결론과 함께 민주당(3명)과 조국혁신당(1명) 의원들의 동의로 약 15분 만에 종료되었다.
법안 표결 전 퇴장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 종료 후 일방적 법안 처리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두 특검법을) 소위에서도 일방 표결로 충분한 논의 없이 통과시키고, 안조위도 15분 불과한 시간 동안 간단한 토론 형식만 취했을 뿐 사실상 일방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에선 오늘 안조위 협의, 공청회 요청 등 할 수 있는 요구를 했으나 결국 모든 것이 무산되고 특검법이 일방적으로 통과됐다"며 "국민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회의 직후 취재진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법안의 위헌성만 주장하고 새로운 대안을 말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 대표가 말한 내용을 골자로 통과시켰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또 "지금 검찰로는 김 여사를 수사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히 밝혀졌다"며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경우 공소시효(내달 10일)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오늘 통과한 두 법안을 오는 12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온전한 여야의정협의체 가동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김건희 특검법 등 본회의에 부의된 3건의 법안을 19일에 처리할 수 있도록 양당이 협의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두 특검법과 함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지역화폐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이는 지자체의 지역상품권 발행에 대해 정부 재정 지원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작권자 ⓒ 한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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