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는 의대 전체 증원 규모를 아무런 근거 없이 2천명으로 정하고, 제대로 된 준비와 협의 없이 밀실에서 정원을 대학들에 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반성과 결단이 없으면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세계적인 수준의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안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지난 8월 16일 의대 교육 점검 국회 청문회를 보니, 코로나19 재유행 대응은 물론 의료 대란을 넘어 의료 붕괴를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정부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의사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의대 증원이라는 정책적 판단을 과학적으로 결정했고, 회의록도 곧 공개한다는 입장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별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한 배정위는 누가 참여했는지도 모르고, 어떤 근거로 정원이 배정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면서 "독재국가에서나 봄 직한 밀실행정"이라며 "의대 증원 및 의료개혁의 정당성이 뿌리부터 붕괴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교육을 맡을 의대 교수들과 제대로 된 협의도 없이 학교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증원 신청이 이루어졌다"며 "교육의 핵심인 교수진 확보와 시설 및 인프라에 대한 준비도 계획도 미흡한 '묻지마 증원'이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했다.
그리고 "현재 수업 거부 중인 의대생의 유급을 어떻게 막고 제대로 교육할지에 대한 고려도 없었다"며 "만일 의대생들의 유급이 현실화되면, 내년 증원된 신입생 4,500명과 유급생 3,000명을 합한 7,500명을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해서도 정부는 '잘 준비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뿐"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본과 4학년들이 의사고시에 응시하지 않아 의사가 나오지 않으면, 인턴, 공중보건의, 군의관이 없는데 그에 대한 대책도 없었다"며 "전공의(레지던트)가 돌아오지 않아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는데도, 전문의 병원을 만든다는 허황된 계획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저도 의대 증원에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목적이 아무리 옳다 해도 수단과 방법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정부가 필수 의료, 지방 의료의 문제점을 고치는 법적인 개선과 의료 수가의 조정과 같은 구조적인 개혁부터 시작하는 대신에, 2천 명 증원이라는 숫자를 의료개혁의 전부인 양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 의료대란이 악화되는 원인이 되고 말았다"고 탄식했다.
이어 "하지만 정부는 아직도 오류를 고치지 않고 있다"면서 "대화를 통해 설득하기보다 의대생과 전공의가 지칠 때까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그러는 와중에 우리 의료는 이른바 '조용한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리고는 지방 국립대 의대 교수들의 연이은 사직과 대학병원 응급실 일시 중단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이대로 간다면 값싸고 질 좋은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의대생과 전공의가 돌아와 더 이상의 파국을 막으려면, 우선 정부가 의대 증원 과정에서 잘못한 점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며 "의대 증원에 합의하되, 1년 유예하고 정부, 의료계, 전문가들이 함께 모인 공론화 위원회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한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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