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훈련을 명목으로 완전군장 상태의 가혹행위를 지시해 박모 훈련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해당 사건 첫 공판에서 가혹행위 사실은 인정했지만 학대치사 혐의는 부인했다. 재판 과정에서 둘은 박 훈련병 사망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는 해당 사건 관련 중대장 강모(27·대위)씨와 부중대장 남모(25·중위)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5월 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을 실시하고, 훈련 도중 실신한 박모 훈련병에게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아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에 따른 학대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를 받는다.
당초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죄(금고 5년 이하)로 이들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사건 당시 기상 조건·훈련방식·진행 경과·신체 조건 등을 종합했을때 해당 군기 훈련을 학대 행위라고 판단하여 학대치사죄(징역 3년 이상 30년 이하)를 적용해 기소했다.
기소 후 부중대장 남 씨는 두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으나 중대장 강 씨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판 중 검찰의 공소사실 낭독에 따르면 강 씨는 '하나에 정신, 둘에 차리자'를 구호를 외치게 하며 팔굽혀펴기를 시켰고, 팔굽혀펴기 중 한 훈련병의 군장에서 물건들이 쏟아지자 "너는 군장 쌀 줄 모르냐, 너는 하루 종일 뛰어라"며 뜀걸음을 반복 지시했다.
이를 감독하던 남 씨는 뜀걸음 도중 쓰러진 훈련병에게 "힘들어? 아니면 일어나. 나 곧 전역이다. 지금 군법에 따라 군기훈련을 하고 있다"며 팔굽혀펴기를 명령했다.
또 강 씨는 훈련병 중 한 명이 눈물을 흘리자 "울지마, 나는 우는 거 싫어해"라며 얼차려를 지속했다.
공소사실에 대해 강 씨 측 변호인은 "군기훈련을 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을 뿐 박 훈련병을 학대하려는 범의는 없었다"며 "학대의 고의가 없는 이상 학대 행위로 인해 박 훈련병이 사망했다는 인과관계와 예견가능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변론했다.
이어 "훈련병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잘못은 인정한다"면서 "가 군장 상태에서 남 씨가 군기훈련을 직접 통제해 실시하는 것으로만 알았고, 완전군장 상태로 실시할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남 씨 측 변호인은 "처음 완전군장 상태에서 연병장 2바퀴 보행한 사실은 인정한다"며 "다만 명령권자인 중대장이 군기훈련을 집행하면서부터는 집행권한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공모 의혹과 군기훈련 행위 일부를 부인했다.
그리고 이에 따라 박모 훈련병의 사망은 남 씨의 군기훈련 탓이 아니며. 사망의 예견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학대치사죄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변호했다.
재판부는 오는 28일 두 번째 공판을 열고 박 훈련병과 함께 가혹행위를 받았던 훈련병 5명을 대상으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재판 후 박 훈련병 유족 법률대리인인 강석민 변호사는 "피고인들의 '피해자의 사망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입장에 대해 유족으로서 참담한 심정"이라며 "법적 논리로 모든 책임을 빠져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책임이 없다고 강변하기 급급했다는 모습에 유가족들이 다시 한번 상처를 입었다"며 "생존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진술하면서 또 다른 2차 가해가 있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심정"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한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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