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추린 8·15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 명단에 친노(친노무현계)·친문(친문재인계)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명단은 오는 13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지사는 포털사이트 여론 조작 사건, 일명 드루킹 사건으로 기소되어 2021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이후 복역 중 2022년 12월 신년 특사로 사면됐으나, 당시 복권은 이뤄지지 않아 2027년 12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 상태다.
김 전 지사는 2023년 8월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가 현재 독일에서 체류 중이다. 남은 공부를 마친 뒤 올해 12월쯤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복권이 확정된다면 시일을 앞당겨 귀국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두고 격한 환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친명계에서는 '야권 분열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지사가 정치활동을 재개해 비명계 구심점으로 부상할 시 이재명 전 대표의 당 영향력에 균열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9일 김두관 당 대표 후보는 입장문을 통해 "김 전 경남지사가 8·15특사로 복권 대상이 된 것을 대환영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최종 결재만 남은 상태지만, 민심 통합 차원에서 복권을 결정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권에 떠도는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야권분열의 노림수라는 이야기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김 전 지사의 복권이 민주당의 분열이 아니라 민주당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살리고,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은 만시지탄이지만 윤석열 대통령께서 아주 잘하신 결정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 전 지사의 향후 정치적 행보를 봐야겠지만, 만약 대권 후보를 겨냥한다면 그것도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재명, 김동연, 김경수 등 치열한 경쟁과 정책대결을 한다면 그만큼 당원과 국민의 선택 폭은 커지고, 경쟁을 통해서 지지를 받는 분이 대통령 후보가 되면 국민과 함께 완전한 정권교체를 이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이재명 일극 체제란 비판도 불식되는 계기가 되리라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친명계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억울한 사람(김 전 지사)에 대한 최소한의 복권 노력은 필요하다"면서도 "전당대회 중에 하는 게 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지난 6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김 전지사가 억울했던 면이 많아 복권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김 전지사는) 친문계 대선주자 중 한 사람이다.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야권이 분열의 기미를 보일 때 복권 카드를 쓸 것"이라고 발언했다.
친명 한준호 최고위원 후보도 지난 7일 JTBC '오대영 라이브'에서 "2022년 12월 김 전 지사에게 복권 없는 사면을 했다. 정치적 의도를 가졌다고 본다. 야당의 분열, 이런 의도가 담겨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측에서는 김 전 지사가 복권될 시 이재명 일극 체제에 균열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가 민주당의 이른바 1극 체제라고 표현되듯이 혼자 거의 1인 독재 정당처럼 비춰왔다"며 "거기에 불만이 있는 분들도 많이 있을 텐데 구심점이 없어서 숨죽이고 있었을 분들은 또 새로운 대안으로 만들어서 뭉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 접촉해 보면 지금 숨소리 못 내고는 있지만 불만 있는 분들은 많다"며 "이게 정상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당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어찌 됐든 무슨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는 "전부 친명으로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면서 "앞에서 친명 행세를 하더라도 마음속으로 또 다른 분들이 분명히 있다"며 "물개 박수 치는 분들 중에도 기회가 오면 돌아설 분들이 많이 계신다"고 했다.
김재섭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김경수 지사라고 하면 사실은 친노(친노무현계)의 적장자, 친노-친문(친문재인계)에 이어지는 민주당의 말하자면 가장 적장자로서 적통성이 있는 사람으로서 인정받는 사람"이라며 "그런데 이재명 전 대표가 민주당 내의 적장자로서의 포지션을 본인이 계속 못 차지하고 있다가 최근에 친명 체제가 강화되면서 이제 본인이 일극이 되어버린 건데 갑자기 이렇게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면 너무 불편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김경수라는 대안이 생겼다"며 "김경수 지사가 경쟁자가 아니라는 건 그건 김경수 지사가 피선거권이 없을 때 얘기고 피선거권이 생기면 일극체제에 변화가 생긴다"고 전망했다.
이같이 정치권에서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야기할 향후 정국에 대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른 기대와 우려의 견해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복권 후 그가 비명계 구심점이 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유인태 전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 전 지사가) 워낙 착하고 예의 바른 친구"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고 문재인 대통령 양대 정권에 걸쳐서 제일 착하고 겸손하다. 그런데 그렇게 권력의지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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